저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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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이 프로그래밍에 익숙해지는 방법은 Copy & Paste이다. 정말 너무 너무 구현하고 싶은 효과가 있는데 설명은 없고 코드만 있으니까 똑같이 복사&붙여넣기를 한다. 물론 잘 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씨름해서 간신히 동작하게 만들고 보니까 효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긴 시간을 씨름해서 관련 있을 것 같은 숫자를 하나씩 바꾸다보니까 어딜 고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서서히 파악하게 된다. 결국에는 해결. 기쁘다. 한편으로, 코딩 공부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못하니 자괴감은 커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만큼 바람직한 방법으로 코딩을 배우는 사람들도 드물다. 오히려 전공을 통해서 코드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코딩으로 하고 싶은 것도 불분명하고, 배우고 있는 이론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채 안개 같은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DNA를 탓하고 분야를 이탈한다.
디자이너에게 코딩수업을 해보면 눈에서 레이저 같은 것을 발사하는 분들이 많다. (이럴 땐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겠다. ㅎ)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짐작컨데, 이 분들은 지금까지 막대한 시간을 쏟아서 쌓아올린 경험이 이론과 만나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 것이 아닐까? 경험을 만난 이론은 우선 경험을 해체해서 작은 부품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부품을 결합하는 간단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 간단한 결합 방법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따져보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 결합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점을 보고는 진작에 공부할껄 그랬다는 아쉬움과 함께..
똑같은 장면을 본다고 똑같이 감명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대에서 정리한 이론과 스스로 구축한 경험이 기적같이 만났을 때에만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이론을 만든 선대의 누군가도 경험으로 출발해서 그 경험을 컴팩트하게 이론화한 것이지, 처음부터 이론을 궁리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분야를 경험이 아니라 이론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효율적이기만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