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저는 학교 때 공부를 못했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언제나 중간 보다 뒤쪽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특히 수학을 못했는데, 중1 때부터 '가'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 굉장한 상처였습니다. 누구도 제가 수학을 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지만, 성적표는 제가 수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매우 설득력있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6년을 보냈고, 6년 뒤에 공부에 대한 저의 자존감은 바닥을 기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는데 20대를 다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여전히 수학을 못하지만, 이제는 수학을 좋아합니다. 만학의 힘이죠. 기회가 되면 이 이야기도 해볼께요.)
지금까지도 왜 나는 공부를 못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저는 연상작용이 많아서, 강의를 들으면 매우 쉽게 공상에 빠지곤 했습니다. 당연히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집중을 못하니 암기, 이해도 잘 못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수업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딴 생각이 '딴 생각하지 말아야지' 였던 것 같습니다.
졸업 직후 웹의 광풍이 불었습니다. 웹을 쓰기 위해서 집집마다 인터넷이 들어왔습니다. 연상작용을 따라가면서 정보를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알게 되더군요. 처음엔 그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인류를 통털어서 저처럼 산만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컴퓨터, 인터넷, 웹과 같은 정보기술 덕분에 저는 더 이상 산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저의 본성에 따라서 정보를 소비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학우 여러분 중에도 자기가 공부를 못하고,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정보기술을 이용해서 여러가지 정보를 습득하고 있고, 그것이 즐겁다면 우리는 이미 공부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정보 기술을 이용해서 '그들'이 아닌 '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 이미 우리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생각해보니 제가 이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부를 좋아하자', '잘하자'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는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코딩야학 학우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