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첫 컴퓨터가 알라딘 286이었습니다. 이때만해도 윈도우 같은 그래픽 환경이 없어서 dos라고 하는 명령어 시스템으로 컴퓨터를 다뤄야 했습니다.
컴퓨터가 시작 될 때마다 바이러스 검사, 게임이 구동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가지 작업들이 필요했습니다. 각각의 작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명령 하나 하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부모님 몰래 게임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이런 작업들을 직접해주는 것이 너무 귀찮았습니다. 그러던 중 autoexec.bat라는 파일에 실행할 명령들을 순서대로 배치하면 ms dos가 autoexec.bat 라는 이름의 파일을 읽어서 거기 적혀있는데로 실행해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 그때의 희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저는 우리 교실에서 CTO 였습니다.
코딩교육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시간의 순서대로 실행된다는 것만으로도 코딩은 충분히 혁명적이고, 이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조건문, 반복문, 함수, 객체, 패키지, 패키지 매니저, 버전관리, 프래임웍크... 끝없이 이어지는 혁신들을 숨막히게 배우다보니까 중도 포기자가 속출합니다. 견딘다해도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자바 강의를 리뉴얼 하고 있습니다. 이전 강의에서는 어떻게하면 더 많은 개념을 더 친절하게 전달할까를 고심했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하면 더 적은 개념을 알려드릴까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혁명적인 개념에 더욱 전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혁명적인 개념에서 충분히 많은 시간을 보내면 혁신적인 것들이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알게 될것이고 그 때 하는 공부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을꺼라고 생각합니다.